2021년 회고
성균관대학교에서의 첫 1년

오성민
December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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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항상 보이는 package-lock.json이 무슨 역할을 하는 파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입시 결과는 사실 좀 부끄럽다. 고등학교 3년 간 공대를 목표로 공부했는데, 수시 원서를 쓸 무렵 정형외과 전문의 월급이 1,000만원은 기본으로 넘는다거나, 한의사가 되면 20대에 월급 700만원은 기본이라거나 하는 소리를 듣고 급 전문직 뽕을 맞았다. (망할 오르비..) 그런데 의대나 치대에 지원하기엔 성적이 조금 모자라서 한의대 수시에 원서 6장 중 4장을 넣는 천하의 기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런데 사실 한의대 가기에도 성적이 조금 모자라긴 했다.) 당연하게도 한의대는 네군데 모두 떨어지고 성균관대 공대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에 한의대에 원서를 낭비하느라 SKY 대학에 지원조차 못해본 게 아쉬워서 올해 고려대 산업공학과에 지원해봤는데 탈락했다. 처음엔 입시 결과에 조금 아쉽기도 했는데,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정말 똑똑하고 유능한 학우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지금은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2. 대학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사람들이 영어로 된 텍스트를 다루는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영어 시간 외에는 영문을 읽을 일이 없었는데, 대학교에 와서는 많은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 놀라웠다. 수업 뿐만 아니라 내가 활동했던 블록체인 학회에서도 영어로 된 자료로 공부를 했고, 교수님께서 읽어보라고 던져주시는 자료들도 영어 자료가 많았다. 나는 이런 환경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1년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나름대로 적응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입학했을 때보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고 영여로 된 글에서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도 많이 향상된 것 같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카페에서 영어로 된 두꺼운 미적분 책을 펴고 공부하고 있으면 뭔가 엄청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져서 괜한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에도 좋다... 그래봤자 학부 1학년 수준인데 ㅋㅋ)

3.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좋든 싫든 하루의 거의 절반을 붙어있어야 했기 때문에 같은 반 사람들 중 친한 친구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 대학교는 확실히 다르더라. 내가 먼저 노력하지 않으면 알아서 친구가 생기는 시절은 지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용기도 부족하고 또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지는 그 과정이 너무 피로하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자니 진짜 '친구'라기보단 '그럭저럭 아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럭저럭 아는 사람'들 중엔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도 더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내가 가끔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상 스스로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믿어왔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외향적인 사람의 가면을 쓴 내향적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얕고 넓게'보다는 '좁고 깊게'가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특히 코로나때문에 성균 사이버대학에 다니고 있는 터라 더 사람 만나기가 힘든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대학교에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연락하고, 가끔은 만나기도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좀 있다. 그 사람들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항상 힘이 되어주는 오래된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그 외 많은 사람들에게도 참 고맙다.

4. 언제부턴가 '돈'이 내게 있어 가장 큰 가치가 되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는 천문학자가 되기를 꿈꾸며 "돈은 못 벌어도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래"라고 말하던 소년이었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은 대략 고등학교 2학년 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다. 자본주의 사회를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돈은 일종의 점수(score)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게임을 할 때 높은 점수를 얻어서 랭킹에 들고자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재미를 얻는다. 인생도 그렇게 살면 더 보람찰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많은 돈을 벌어서 무엇을 사고싶다, 어떠한 삶을 살고싶다"라는 생각보다는 돈 자체를 많이 벌고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돈을 수단으로서 생각하기보다는 많은 돈 그 자체를 목적으로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벌고자 하는 돈의 양은 남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평범한 일을 해서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창업을 할 예정이다. 매일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괜찮은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당장 무엇을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군입대를 1년 남짓 앞둔 사람으로서 "지금 시작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 생각과 말만으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2022년에는 무엇이라도 일단 시작해보자.

5. 대학에 와서 많은 노력을 했고, 실제로 많은 성장을 했다. 그러나 1년이라는 긴 시간의 길이를 따져봤을 때, 이번 연도 나의 실질적 성장 속도는 너무 느리다. 간단한 프론트엔드 개발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이마저도 불완전하다) 백엔드는 이제 막 공부를 시작했다.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한 경험도 없고, 이렇다할 창업 경험을 쌓지도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들을 따져보자면 두 학기동안 42학점을 듣고도 썩 괜찮은 성적을 받았다는 점, 블록체인 확회 활동을 통해 (내가 도움이 되어주진 못했지만) 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해봤다는 점, 외국인 교환학생과 단 둘이 식사를 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점, 그리고 이런 미약한 활동이나마 인정을 받아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는 점이 있겠다. 그러나 내가 창업을 하고 개발을 하며 결과적으로 성공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폭발적으로 기를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덜 중요한 일들에 밀려 정말 필요한 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 처음 성인이 되어서 대학 생활에 적응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그리고 제발 유튜브 그만 보자. 이제부터는 내게 정말 필요한 역량을 찾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6. 악한 사람은 없고, 선한 사람도 없다. 누구나 악한 면과 선한 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같은 사람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 이번 1년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었을까? 내 생각엔 나를 '선한 사람'보다는 '악한 사람'에 가깝게 인식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나의 평가도 많이 달라진 한 해였다. 평생을 '선한 사람에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살아온 나였기에 (마찬가지로 아닐 수도 있다)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1년 뒤의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7. 이 재미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준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다.